내일모레면 딸아이를 데리고 친정부모님과 함께 미국이라는 먼 나라로 떠난다. 사실 가기 전날까지도 마음이 왜 이렇게 싱숭생숭한지 모르겠어요. 남동생이 미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어서 신랑이 전부터 가보라고 권유하긴 했다. 방황하는 딸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오라는 남편의 깊은 뜻이 있었지요. 하지만 영어도 서툴고 혼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친정부모님의 적극적인 추진력 덕분에 얼떨결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게 되었어요.

미국 입국의 첫 단추 ESTA 신청과 필수 서류들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 신청이다. 우리는 보통 이를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라고 불러요. 공식 누리집에 접속해서 개인 정보와 여권 정보 등을 입력하면 간편하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수수료는 1인당 21달러인데 한번 승인받으면 2년간 유효하니까 참 유용해요. 출발하기 최소 72시간 전에는 반드시 신청을 완료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승인 대기 시간이 간혹 길어질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해두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그리고 우리처럼 엄마나 아빠 중 한 사람만 아이를 데리고 갈 때 꼭 필요한 서류가 있다. 바로 부모 미동반 여행 동의서(Minor Consent Form)라는 서류예요. 영문으로 작성해서 남편의 서명을 꼼꼼하게 받아두어야 마음이 놓인다. 입국 심사 때 간혹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영문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챙겼어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서류 뭉치를 가방 깊숙이 넣어두니 든든함이 느껴진다. 오늘의집 쿠폰 여권 사본과 이티켓 출력본도 잊지 않고 가방에 각각 챙겨두었어요.
꼼꼼하게 따져보는 미국 여행 경비와 현명한 환전 팁
패키지여행 비용에 동생 집에서 머물 생활비까지 합치니 경비가 만만치 않다. 내가 벌어온 아르바이트 월급의 몇 배가 한 번에 깨지니 가슴이 쓰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현지에서 쓸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 앱을 켜고 환전을 신청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미국 달러화 환율 우대를 최대 90%까지 받을 수 있더라고요. 직접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공항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더구나 은행에서 300달러 이상 환전하면 무료로 여행자 보험을 가입해 주는 혜택도 제공해요. 아이와 내 이름으로 각각 환전을 진행하면서 실속 있게 보험 가입까지 마쳤다. 최근 미국은 카드 결제가 대세라지만 팁 문화 때문에 소액 현금은 꼭 필요하지요. 1달러짜리와 5달러짜리 지폐를 골고루 섞어서 환전해 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신랑 몰래 비상금으로 쓸 달러를 조금 더 챙겨두니 왠지 모르게 든든한 기분이 드네요. 면세점 쇼핑도 유혹적이었지만 미국 현지 아울렛이 훨씬 저렴하다는 소식에 지갑을 닫았다.
유심칩 준비와 데이터 사용 그리고 생존 영어의 세계
해외에서 길을 찾고 가족들과 연락하려면 인터넷 데이터 연결은 필수다. 우리는 와이파이 도시락 대신 간편한 해외 유심칩을 두 개 구매했어요. 실물 카드를 갈아 끼우기만 하면 미국 현지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등록 칩을 쓰는 이심(eSIM)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더라고요. 복잡한 기기 대여 없이 큐알코드 하나로 개통이 된다니 다음에는 꼭 써보고 싶다.
데이터는 준비 완료되었지만 진짜 큰 장벽은 바로 영어 소통이었어요. 서점에서 얇은 여행 영어 책을 한 권 사 왔는데 첫 페이지부터 막막함이 밀려왔다. “Water, please.” 정도는 중학교만 졸업했어도 누구나 다 아는 표현이잖아요? 하지만 막상 현지인 앞에서 입을 열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출발(Departure)과 도착(Arrival) 단어마저 헷갈려서 혼자 거실에서 소리 내어 단어를 외웠어요. 아버지는 왼쪽(Left)과 오른쪽(Right)이 자꾸 헷갈린다며 웃으시는데 정말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남편이 깔아준 번역기 앱만 굳게 믿고 씩씩하게 부딪쳐 보려고 해요.
떠나기 전 채워 넣는 캐리어와 남겨진 이들의 온기
본격적으로 28인치 캐리어 두 개를 거실에 펼쳐놓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이가 입을 예쁜 원피스와 면티셔츠들을 종류별로 차곡차곡 개어 넣었어요. 햇볕이 무척 강하다는 미국 서부 날씨에 맞추어 자외선 차단제도 듬뿍 챙겼다. 정작 내 선글라스와 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엄마 것을 빌리기로 했지요. 슬리퍼와 편안한 운동화도 넣고 나니 가방 무게가 묵직해지는 것이 실감 난다. 조카들에게 줄 선물로는 알록달록한 아동용 선글라스를 예쁘게 포장해서 넣어두었어요.
남겨진 남편이 혼자 보낼 시간도 은근히 신경이 쓰여 집안일을 미리 해둔다. 이불 빨래를 잔뜩 돌리고 건조기를 하루 종일 작동시키며 온 집안을 청소했어요. 신랑이 꺼내 먹기 편하게 즉석 미역국과 햇반도 찬장에 가득 채워두었다. 무선 청소기와 물걸레 청소기도 충전기를 꽂아 완충 상태로 만들어두었어요. 혹시라도 청소하려고 잡았다가 작동이 안 되면 귀찮아서 안 할까 봐 걱정되는 아내의 마음이다. 시골 서방님 제사일이 겹쳐서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조카 만화책 선물도 신랑 편에 들려 보냈어요.